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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산 후 소변 색이 붉어진 경험, 당황스러웠다면
몇 해 전 가을, 친구들과 북한산을 다녀온 날이었습니다. 평소보다 코스가 길고 경사가 심했지만, 기분 좋게 산행을 마쳤죠. 그런데 하산 후 화장실에서 깜짝 놀랐습니다. 소변이 선홍빛을 띠고 있었거든요. 순간 머릿속이 하얘졌습니다. '신장에 문제가 생긴 건가?' 하는 공포감이 몰려왔고, 바로 병원을 찾았습니다. 결과는 다행히 심각한 질환은 아니었고, "운동성 혈뇨"라는 진단을 받았죠.
운동성 혈뇨란 격렬한 신체 활동 후 일시적으로 소변에 적혈구가 섞이는 현상을 말합니다. 마라톤, 축구, 등산처럼 오랜 시간 하체에 충격이 가해지는 운동 후 특히 잘 발생합니다. 이는 신장 내부의 모세혈관에 미세한 자극이 가해지면서 적혈구가 일시적으로 소변으로 유출되는 현상입니다. 대부분 무증상이며 휴식을 취하면 자연스럽게 사라지곤 합니다.
그러나 모든 혈뇨가 단순한 운동성 혈뇨는 아닙니다. 소변에 피가 섞이는 원인은 단순 피로에서부터 요로 감염, 결석, 방광염, 신장 질환, 드물게는 종양에 이르기까지 다양합니다. 따라서 처음 혈뇨를 경험했다면, 특히 통증을 동반했거나 색이 진하고 며칠 이상 지속된다면 반드시 검사를 받아야 합니다. 등산 같은 운동 후 나타난 증상이라 하더라도 무조건 "괜찮겠지" 하고 넘기면 안 됩니다.
운동 후 나타나는 혈뇨, 구별이 중요하다
등산을 포함한 격렬한 유산소 운동은 체내 수분을 급격히 소모시키고, 하체에 반복적인 충격을 줍니다. 특히 하산 과정에서 무릎과 발바닥은 물론 신장 주변 조직까지 미세하게 자극을 받을 수 있죠. 이때 신장의 여과 기능에 일시적 변화가 생기면, 소변에 적혈구가 섞여 나오게 되는 것입니다.
운동성 혈뇨는 보통 통증 없이 나타납니다. 물처럼 맑은 소변에 선홍빛이 감돌며, 소변 횟수나 배뇨 시 불편감은 거의 없습니다. 하루 이틀 쉬면 대부분 자연적으로 사라지며, 이런 경우엔 크게 걱정할 필요는 없습니다.
하지만 소변 색이 붉은 갈색에 가깝고, 배뇨 시 통증이나 타는 듯한 느낌이 있다면 이야기가 달라집니다. 이런 경우 요로 감염이나 방광염, 신장 결석 등의 가능성이 있으므로 병원 검사가 꼭 필요합니다. 또한 고열, 허리 통증, 메스꺼움 같은 전신 증상이 동반된다면 급성 신우신염이나 다른 신장 질환을 의심해야 합니다.
실제로 저는 혈뇨를 겪은 뒤 병원에서 요검사, 신장 초음파, 혈액검사를 통해 큰 문제가 없다는 진단을 받았고, 며칠 휴식 후 정상으로 돌아왔습니다. 이 경험 이후로는 등산 전후 수분 섭취와 무리하지 않는 속도로 산행하는 습관을 들이게 되었죠.
등산 전후 이렇게 관리하면 혈뇨 예방할 수 있어요
저처럼 운동 후 혈뇨를 경험한 분들이라면, 무리한 산행이 건강에 어떤 부담을 줄 수 있는지 느꼈을 겁니다. 다행히 운동성 혈뇨는 충분히 예방할 수 있습니다. 가장 중요한 것은 **탈수 방지와 적절한 운동 강도 조절**입니다.
등산을 계획할 때는 사전 컨디션을 체크하고, 산행 전 충분히 수분을 섭취하세요. 저는 500ml 정도의 미네랄워터를 마신 뒤 출발하고, 산행 중에도 30~40분 간격으로 한두 모금씩 꼭 마십니다. 체내 수분이 충분할수록 신장에 가해지는 자극이 줄어들고, 혈뇨 위험도 낮아집니다.
두 번째는 하산 시 속도를 줄이는 것입니다. 대부분의 충격은 하산 시 무릎과 신장 쪽에 집중되는데, 이때 무리하면 혈관이 미세하게 손상되기 쉽습니다. 저는 경사가 급한 구간에서는 무조건 천천히 걷고, 스틱을 활용해 체중 부담을 분산시키는 습관을 들였습니다.
마지막으로 등산 후에는 반드시 소변 색을 확인하세요. 맑은 소변이라면 문제없지만, 붉거나 탁하면 충분한 수분을 다시 보충하고, 하루 뒤에도 증상이 지속된다면 병원을 방문하는 것이 좋습니다. 혈뇨 자체는 증상이 아니라 **신체 이상을 알리는 지표**라는 점을 잊지 말아야 합니다.
운동을 하며 건강을 챙기는 것도 좋지만, 그 운동이 오히려 몸에 무리가 되는 순간이 있다면, 우리는 반드시 그 신호를 알아차릴 수 있어야 합니다. 제 경험 바탕의 글이 혈뇨로 당황스러운 누군가에게 도움이 되었으면 좋겠네요.